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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리뷰, 제주4·3, 트라우마, 역사적 기억) 리뷰역사를 '시험 과목'으로만 받아들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제주 4·3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숫자와 날짜를 외워야 한다는 압박이 먼저였습니다. 그런데 영화 한 편이 그 감각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1949년을 살아낸 한 어머니와 1998년을 버텨내는 아들의 이야기, 영화 '내 이름은'이 그 시작이었습니다.제주 4·3이 개인의 삶에 남긴 것영화 '내 이름은'은 제주 4·3 사건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제주 4·3 사건이란 1948년 4월 3일을 기점으로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 봉기와 그에 따른 군경의 대규모 민간인 학살 사건을 말합니다. 공식 통계로는 약 14,000명에서 30,000명에 달하는 제주도민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당시 제주 전체 인구.. 2026. 5. 3.
장영실 (역사적 실종, 다빈치 연결, 비차 연구) 1442년,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은 가마 사건 하나로 역사 기록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저는 어릴 때 위인전에서 장영실을 처음 접했을 때, 그 결말이 너무 허무해서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단순히 가마가 부서진 사건 하나로 그 천재가 사라졌다는 게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거든요.역사적 실종: 장영실은 왜 사라졌는가장영실은 노비 출신으로 종3품이라는 파격적인 벼슬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종3품(從三品)이란 조선의 관직 체계에서 상당히 높은 위계에 해당하며, 신분제 사회였던 당시 기준으로는 거의 전례를 찾기 어려운 파격 인사였습니다. 세종대왕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자격루(自擊漏)와 앙부일구(仰釜日晷) 같은 발명품을 만들어낸 인물이 하루아침에 역사에서 지워진다는 것, 뭔가 이상하지 않.. 2026. 5. 3.
영화 꽃잎 (리뷰, 광주민주화운동, 트라우마, 장선우감독) 리뷰한국 현대사의 가장 어두운 페이지를 다룬 영화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무겁고 지루할 것이라고 먼저 짐작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장선우 감독의 1996년작 '꽃잎'을 실제로 보고 나서, 그 짐작이 얼마나 얕은 것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이 영화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상흔을 한 소녀의 시선으로 정면에서 바라보는, 한국영화사에서 사실상 유례없는 작품입니다.꽃잎이 다루는 역사: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체일반적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라고 하면 군중 장면이나 시위 현장을 중심으로 서사를 구성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꽃잎은 그 방식을 완전히 거부합니다. 대신 한 소녀의 무너진 일상과 방황을 통해 그날의 진실을 암시합니다. 제가 영화를 처음 볼 때 가장 당황했던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 2026. 5. 3.
이프 온리 (영화 감상, 리뷰, 사랑의 현실, 타임루프) 리뷰연인과 사소한 다툼을 한 뒤 그냥 헤어지고 나서, '아, 그 말은 하지 말 걸' 하고 후회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런 순간들이 꽤 있었습니다. 영화 이프 온리는 바로 그 감각을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2026년 5월 13일 개봉한 이 영화는 96분 상영 시간 동안, 단 하루를 다시 살 수 있다면 무엇을 달리 하겠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집니다.타임루프가 아니라 '후회'가 주인공인 이유혹시 타임루프(time loop) 장르에 익숙하신가요? 타임루프란 주인공이 특정 시간대를 반복해서 살아가는 서사 구조를 말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쓰이는 장치인데, 이프 온리는 이 구조를 단순한 판타지 오락이 아니라 감정 탐구의 도구로 씁니다. 주인공 이안은 연인 사만다를 잃은 그날 밤 눈을 감고, 다음 날 아침.. 2026. 5. 2.
실화 기반 영화 추천 (5월18일생, 개인서사, 역사적 맥락, 집단기억) 개인서사어린 시절 TV에서 5·18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쓰러지고, 가족을 잃은 이들이 절규하던 장면이 화면을 채우던 그날, 저는 한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단순한 '슬픔'이 아니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폭력의 실재 앞에서 느끼는 감각, 그게 더 정확한 표현이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의 개봉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꽤 오랫동안 망설였습니다.한 사람의 생애로 다시 만나는 5·18의 트라우마영화는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태어난 소설가 '미수'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태어나던 바로 그날 아버지가 행방불명되었고, 어머니는 평생 그를 찾아 헤맸습니다. 2026년 5월 14일 개봉, 러닝타임 87분, 15세 이상 관람가로 공개된 이 작품은 요양원에서 배달된 '이서연'이라.. 2026. 5. 2.
로빈슨 크루소 애니메이션 (원작 각색, 동물 시선, 가족 영화) 익숙한 이야기, 낯선 시선 — 원작 각색의 배경저는 학창 시절에 다니엘 디포(Daniel Defoe)의 원작 소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솔직히 절반쯤 건너뛰며 읽었는데, 그 와중에도 기억에 남았던 건 '고독'이었습니다.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서 혼자 버텨내는 그 묵직한 무게감이요.이번 애니메이션은 그 원작을 '동물의 시선(animal perspective)'으로 재해석했습니다. 동물의 시선이란, 인간 중심으로 전개되던 서사를 동물 캐릭터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내러티브 구조를 말합니다. 기존 원작이 인간의 고독과 생존이라는 무게를 정면으로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그 공간에 함께 살아가는 다른 존재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셈입니다.제가 직접 여러 고전 원작 기반 애니메이션을 찾아보니, 이런 .. 2026.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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