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두근거리면 대부분 커피를 너무 마셨거나 잠을 못 자서 그런 거라고 넘기게 됩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지인이 갑상선기능항진증 진단을 받으면서, 두근거림이 전혀 다른 이유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심장이 아니라 갑상선이 문제였다는 사실이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동성빈맥, 심장이 보내는 갑상선의 신호
지인이 처음 이상하다고 느낀 건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맥박이 빠르게 느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계단 몇 개를 오르면 숨이 차고, 밤이 되면 가슴이 더 두근거려서 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저는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 거 아
닐까"라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가볍게 넘겼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병원에서 돌아온 지인에게 들은 진단명은 갑상선기능항진증이었습니다. 의사는 갑상선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심장이 평소보다 훨씬 빨리 뛰게 된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이 상태를 의학적으로는 동성빈맥(sinus tachycardia)이라고 합니다. 동성빈맥이란 심장의 정상 박동 기원인 동결절에서 신호가 발생하되 그 속도가 분당 100회를 넘는 상태를 말합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에서는 안정을 취하거나 심지어 수면 중에도 이 빠른 맥박이 유지된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제가 직접 그 상황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단순히 피곤한 사람의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가만히 앉아서도 불안해했고, 얼굴에는 땀이 배어 있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때는 그게 갑상선 호르몬이 대사를 과도하게 끌어올린 결과라는 걸 몰랐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에서 심장이 빨리 뛰는 이유는 갑상선 호르몬의 일종인 T3가 심근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T3란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활성 호르몬으로, 세포의 산소 소비량을 늘리고 심장 근육의 수축력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이 때문에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에게 베타차단제를 투여하면 심박동수는 줄어들지만, T3의 직접 작용으로 인한 심근 수축 기능 항진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약으로 증상 일부를 조절할 수는 있어도, 갑상선 호르몬 자체를 다스리지 않으면 근본 원인은 남는다는 뜻입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에서 나타날 수 있는 주요 심장 관련 증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안정 시 및 수면 중에도 지속되는 빠른 맥박(동성빈맥)
- 계단을 오르거나 가벼운 움직임에도 느껴지는 호흡 곤란
- 가슴 두근거림(심계항진)이 반복되는 상태
- 야간에 심박수가 오히려 높아져 수면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
- 손 떨림, 발한 증가와 함께 동반되는 심혈관 증상
📌 갑상선기능항진증, 심장에서 먼저 나타나는 신호
| 증상 | 쉽게 설명하면 |
|---|---|
| ❤️ 빠른 맥박(동성빈맥) | 가만히 쉬고 있거나 잠을 자는 중에도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뜁니다. |
| 😮💨 호흡 곤란 | 계단을 오르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쉽게 지칩니다. |
| 💓 가슴 두근거림 | 심장이 세게 뛰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느낌이 반복됩니다. |
| 🌙 수면 중 심박수 증가 | 밤에도 심장이 빨리 뛰어 잠을 자주 깨거나 깊은 잠을 자기 어렵습니다. |
| 🤲 손 떨림·땀 증가 | 손이 떨리고 땀이 많아지며 심장 두근거림이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
✔️ 체크해 보세요!
-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자주 두근거린다.
- 계단만 올라가도 숨이 찬다.
- 밤에 심장이 뛰어 잠에서 깬 적이 있다.
- 손이 떨리고 땀이 평소보다 많아졌다.
- 체중이 줄면서 위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TIP
위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피로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체중 감소, 손 떨림, 불면증이 함께 나타난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관련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갑상선 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심방세동과 부정맥, 방치하면 위험해지는 이유
갑상선 이상이 단순히 맥박만 빠르게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건 조금 더 공부를 하고 나서였습니다. 제가 읽은 자료에서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심방세동이란 심장의 위쪽 방인 좌우 심방이 규칙적으로 수축하지 못하고 분당 수백 번에 이를 정도로 불규칙하게 떨리는 상태를 말합니다. 당장 쓰러지는 응급 상황은 아닐 수 있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뇌졸중이나 심부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집니다.
덴마크 겐토프테 대학병원에서 58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평균 5.5년간 추적한 연구 결과를 보면, 갑상선 기능 수치가 정상 범위의 상위에 해당하는 사람도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12% 높았습니다. 갑상선기능저하의 초기 단계인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심방세동 발생률이 30%나 높게 나타났습니다(출처: British Medical Journal). 이 수치를 보면서 저는 갑상선과 심장이 이렇게까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조절되지 않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부정맥, 심부전 등 심뇌혈관 합병증 위험을 1.5배에서 최대 3배까지 높인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습니다(출처: 경향신문). 부정맥이란 심장 박동의 리듬이나 속도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상태 전반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심방세동도 부정맥의 한 종류이며,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이 부정맥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는 약물치료를 우선으로 합니다. 그런데 재발이 잦다는 단점이 있어서, 약물 부작용이 심하거나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때는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나 수술을 고려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치료가 완치에 가까워질수록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다는 것입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란 갑상선 호르몬 분비가 부족해져 대사가 전반적으로 느려지는 상태로, 이 경우 별도의 호르몬 보충이 필요합니다. 항진증을 치료하다 저하증으로 넘어가는 과정까지 의사와 꾸준히 상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질환은 본인이 느끼기엔 '그냥 좀 피곤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먼저 눈치채고 병원을 권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갑상선이 심장과 이 정도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그 전까지는 전혀 몰랐으니까요.
지금은 주변에서 이유 없이 두근거린다거나 계단을 오르기가 갑자기 힘들어졌다는 말을 들으면 예전처럼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야"라고 넘기지 않습니다. 심장 두근거림이 반복된다면 심장 검사만이 아니라 갑상선 기능 검사도 함께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생각보다 일찍 시작되는데, 우리가 그걸 너무 늦게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는 걸 그 일을 통해 직접 배웠습니다. 이상하다고 느껴질 때 한 번 확인해 보는 것, 그것이 가장 빠른 대처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이상이 의심될 경우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