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의 20~40%가 우울증상을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저는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단순한 피로나 기분 탓으로 넘기기 쉬운 증상들이 실은 갑상선 이상에서 비롯된 경우가 적지 않다는 뜻이니까요. 친구가 겪은 일을 옆에서 보면서 그리고 이제 40대가 된 제 몸을 돌아보면서, 이 신호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물건을 자꾸 떨어뜨린다면, 손떨림부터 의심하세요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이상하다고 느낀 점이 있었습니다. 대화 중에 컵을 떨어뜨리고, 물건을 집다가 또 놓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처음엔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게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수전증 증상이었습니다.
수전증(手顫症)이란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손이 떨리는 증상을 말합니다.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갑상선기능항진증의 경우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면서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그 결과 마그네슘 결핍과 칼륨 농도 저하가 일어나 손떨림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교감신경계 항진이란 몸이 긴장·흥분 상태로 과도하게 가동되는 것을 말하며, 이 과정에서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교감신경 호르몬이 급증해 혈압 상승과 빠른 맥박, 손 떨림이 동시에 나타납니다.
물론 손떨림의 원인이 갑상선만은 아닙니다. 파킨슨병처럼 도파민 부족으로 발생하는 퇴행성 뇌 질환이나, 저혈당증, 카페인·니코틴 과다 섭취에 따른 생리적 떨림도 있습니다.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양팔을 눈높이로 쭉 펴고 들어올렸을 때 떨린다면 생리적 원인일 가능성이 크고, 가만히 안정을 취한 상태에서도 지속적으로 떨린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친구 경우에는 손떨림 외에도 더웠다 추웠다 하는 체온 조절 이상이 함께 있었습니다. 친구 본인은 갱년기나 복용 중인 호르몬 약 부작용이라고 짐작했다고 하더군요. 제가 직접 옆에서 봤는데도 그냥 몸이 좀 안 좋은 것으로 넘겼던 게 지금도 아쉽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에서 나타날 수 있는 주요 신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안정 시에도 지속되는 손떨림(수전증)
- 맥박이 빨라지며 동반되는 불안감, 초조함
- 추운 날씨에도 더위를 느끼는 체온 조절 이상
- 식욕 저하와 불면증
- 심해질 경우 안구 돌출 증상
📌 갑상선기능항진증,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몸의 대사가 빨라지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래 증상이 여러 개 함께 나타난다면 갑상선 기능 이상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증상 | 쉽게 설명하면 |
|---|---|
| 🤲 손 떨림(수전증) | 가만히 있어도 손이 떨리거나, 글씨를 쓰거나 컵을 들 때 떨림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
| 😟 불안감·초조함 | 맥박이 빨라지면서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예민해지고,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 🌡️ 체온 조절 이상 | 다른 사람은 괜찮은데 혼자만 덥다고 느끼거나 땀이 평소보다 많이 날 수 있습니다. |
| 🌙 식욕 변화·불면증 | 식욕이 줄거나 반대로 많이 먹어도 잠이 잘 오지 않고 자주 깨는 경우가 있습니다. |
| 👀 안구 돌출 | 증상이 심해지면 눈이 앞으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거나, 눈이 뻑뻑하고 쉽게 피로해질 수 있습니다. |
✔️ 이런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확인해 보세요.
- 손이 자꾸 떨린다.
- 가만히 있어도 불안하고 심장이 빨리 뛴다.
- 더위를 유난히 많이 타고 땀이 많아졌다.
-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거나 불면이 계속된다.
- 눈이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거나 이물감이 느껴진다.
💡 Tip
이러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스트레스나 피로로 넘기기보다 갑상선 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손 떨림, 심장 두근거림, 체중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조기에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잠을 못 자는 게 단순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있습니다
제가 40대가 되고 나서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이유 없이 잠들기가 어렵거나, 한밤중에 몇 번씩 깨거나, 낮에도 이상하게 졸린 날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나 나이 탓으로 돌렸는데, 찾아보니 갑상선 이상이 수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갑상선은 목 앞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작은 분비샘으로, 티록신(T4)과 트리오도티로닌(T3)이라는 두 가지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여기서 이 두 호르몬은 단순히 대사 속도를 조절하는 것을 넘어, 심박수·체온·소화·호흡 등 거의 모든 생리적 과정에 관여합니다. 쉽게 말해 몸의 전반적인 속도 조절기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이 조절기가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상태입니다. 몸이 과각성 상태가 되기 때문에 입면 자체가 어렵고, 야간 발한(잠자는 중 땀이 쏟아지는 증상)이나 잦은 소변 충동으로 수면이 계속 끊깁니다. 반대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조절기가 너무 느리게 돌아가는 상태로, 수면 리듬 자체가 흐트러져 낮 동안 심한 졸음을 유발합니다.
더 나아가 갑상선 이상은 하지불안증후군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이란 잠들려고 할 때 다리에서 불쾌하거나 이상한 감각이 느껴져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만드는 질환입니다. 입면과 숙면 모두를 방해하기 때문에 만성 수면장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서울수면센터의 진료 지침에 따르면 갑상선 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는 취침 시 실내 온도를 일반 권장 온도인 15.6~19.4도로 맞추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출처: 서울수면센터).
수면 위생이라는 개념도 중요합니다. 수면 위생(Sleep Hygiene)이란 충분한 수면을 위해 지켜야 할 생활 습관 전반을 말합니다.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취침 2시간 전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며, 족욕 등으로 몸을 이완시키는 것이 포함됩니다. 단, 이런 습관을 꾸준히 실천해도 3주 이상 수면장애가 지속된다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근본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맞습니다.

우울하고 불안하다면, 갑상선을 한 번 점검해보세요
조신혜(가명·35) 씨처럼 1년 넘게 만성피로와 우울감, 건망증으로 항우울치료까지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아 결국 갑상선기능저하증 진단을 받은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지 않습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의 20~40%가 우울증상을 경험하고,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의 3분의 2가 불안증상을 경험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출처: 대한갑상선학회).
제 경험상 이건 좀 무서운 수치입니다. 갑상선 문제인지 모르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만 받는 사례가 충분히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불안, 긴장, 감정 기복, 집중력 저하, 과민성 등을 유발하고,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의욕 상실, 무력감, 기억력 저하, 우울감을 일으킵니다. 심한 경우 인지 기능 저하가 진행되어 치매와 유사한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갑상선호르몬수치가 정상화된 후에도 우울이나 불안, 불면이 남아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협진이 필수적입니다.
친구는 몇 달 동안 갑상선 약을 꾸준히 복용한 뒤 눈에 띄게 나아졌습니다. 약을 먹고 나서 생기가 돌아왔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저는 오히려 덜컥 겁이 났습니다. 저도 모르게 물건을 자꾸 놓치고, 수면이 예전같지 않고, 이유 없는 불안감이 간간이 찾아오는 것이 혹시 같은 신호는 아닐까 싶어 인터넷을 뒤적이게 되더군요. 아직은 아니겠지 하면서도, 그 부정이 점점 확신이 아니라 불안이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갑상선 질환은 40대 전후로 발병 빈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면역력이 약해지는 환절기에 특히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상 증상이 반복된다면 혈액 검사 한 번으로 갑상선호르몬수치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정기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시키는 것을 권합니다.
손떨림, 수면장애, 감정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따로 보지 말고 묶어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세 가지 다 갑상선 이상이 만들어내는 흐름일 수 있습니다. 저처럼 아직은 아니겠지 하고 미루기보다, 검진 한 번으로 먼저 확인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손떨림, 불면, 불안감이 함께 나타난다면 한 번쯤 갑상선 기능 검사를 고려해 보세요. 혈액검사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